제이알글로벌리츠 거래정지
국내 첫 상장리츠 디폴트,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벨기에 건물 하나가 만든 나비효과 — 투자자들은 지금 어떻게 봐야 할까
솔직히 이 뉴스 보고 좀 뜨끔했다. 저도 예전에 제이알글로벌리츠를 들고 있었던 적이 있거든. 벨기에 정부기관이 세입자라는 말에 꽤 안심하고 들어갔다가, 미국 주식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기면서 매도하고 나왔었는데 — 그게 결과적으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다. 지금 이 종목에 남아있는 분들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하고 속이 쓰릴 것 같다.
2020년 8월 국내 최초 해외 자산 상장 리츠로 코스피에 입성했다. 주요 자산은 두 가지인데, 벨기에 브뤼셀 CBD에 위치한 ‘파이낸스 타워(Finance Tower)’가 전체 자산의 75%를 차지하고, 나머지 25%는 뉴욕 맨해튼 ‘498 Seventh Avenue’ 빌딩이다.
- 파이낸스 타워 임차인 — 벨기에 건물관리청(Régie des Bâtiments), 즉 벨기에 연방정부 산하 공공기관. 재무부·복지부·식품안전부 등이 입주해 있고 2034년까지 중도해지 옵션 없는 임차 계약이라 처음엔 정말 안정적으로 보였다
- 상장 당시 차입금리 연 1.05% — 제로금리 시대의 산물이었다
- 2022년 뉴욕 맨해튼 빌딩 추가 편입 (지분 49%)
정부가 세입자라는 구조 자체는 매력적이었다. 임대료 안 낼 일이 없고 공실 걱정도 없으니까. 근데 여기서 놓친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금리 리스크였다.
캐시트랩(Cash Trap)은 담보 자산의 LTV가 약정 기준을 넘으면 임대료에서 나오는 현금을 배당하지 않고 대출 상환에 우선 돌리는 장치다. 쉽게 말하면 회사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내 것이 아닌 대주단 것이 되는 구조인데, 이게 한번 발동되면 빠져나오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 파이낸스 타워 감정가 — 회사 측 주장 13.5억 유로 vs 대주단 측 9.2억 유로. 무려 2,400억원 차이가 났다
- 벨기에 건물관리청의 2034년 임차 계약이 있음에도 감정가가 17% 하락한 이유 — 임차 연장 불확실성을 시장이 선반영했기 때문
- 이자비용 4배 폭등 + 캐시트랩으로 현금 묶임 + 만기 일정 집중 — 세 가지가 동시에 터진 셈이다
- 신용등급 D 강등으로 추가 차입도 막히면서 완전한 유동성 경색
이번 사태가 국내 리츠 ETF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하는 시각이 있는데,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투자심리 위축은 피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329200)
(476800)
이번 사태 교훈
TIGER·KODEX 리츠 ETF는 분산 투자 구조상 제이알 한 종목의 타격이 크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이번 사태로 해외 자산 편입 리츠에 대한 시장 시선이 확실히 싸늘해졌고, 국내 상장리츠 전반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 번질 가능성은 있다.
- 제로금리 시대에 짜인 구조는 금리 정상화 국면에서 폭탄이 될 수 있다 — 1%대 금리가 4%대로 바뀌면 이자비용이 4배가 되는 건 당연한 산수다
- 정부 세입자 = 무조건 안전은 아니다. 임차 연장 여부, 자산 감정가 방식, 대주단 약정 조건까지 봐야 한다
- 캐시트랩 조항이 있는 리츠는 LTV 추이를 반드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 해외 자산 리츠는 환율 리스크와 현지 부동산 시장 상황까지 이중으로 신경 써야 하는 구조다
저는 예전에 제이알글로벌리츠를 들고 있다가 미국 주식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기면서 매도했었다. 그때는 그냥 전략적 판단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벨기에 정부기관이 세입자라는 말이 당시엔 꽤 설득력 있게 들렸거든.
이번 사태를 보면서 리츠 투자에서 배당수익률만 보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어떤 금리로 얼마나 빌렸는지, 만기가 언제인지, 캐시트랩 조항이 있는지 — 이런 것들을 꼼꼼히 체크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배당주’가 어느 날 갑자기 거래정지가 될 수 있다는 걸 이번 사태가 증명해버린 셈이다. 개별 리츠보다 ETF로 분산하는 게 왜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 이 글은 투자 참고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